버트런드 러셀을 왜 읽기 시작했을까? 음.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 책이 처음 읽는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이던가? 아마 그런 것 같다. 제목 때문에 휴가 때 보려고 이 책을 선택했던 것 같다. 푸켓에서 피피섬에서 그리고 오가는 배와 비행기 안에서 이 책을 읽었다. 8월 말쯤이 휴가였으니 어제 다 읽었다고 치면 2달 가까이 걸렸다. 300페이지가 안 되는 에세이 모음집을 읽는데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은 게으름의 실천이었나?
버트런드 러셀을 발견한 것은 굉장한 기쁨이었다. 그의 글은 넓이와 깊이를 함께 추구하며 재치있고 구성 또한 훌륭하다. 단어에서도 문장에서도 문단에서도 감탄이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정도의 에세이를 며칠 간격으로 쓰는 사람이라니 도저히 상상이 안될 정도이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이런 에세이를 평생 한 편이나 쓸 수 있을런지? 감동과 정보와 지식과 재미가 함께 한 즐거운 독서였다.
이 책을 시작으로 그의 책들을 사고 빌리고(절판되어서) 하면서 모두 읽어 볼 생각이다. 지금은 회사 도서관에 있던 ‘인간과 그밖의 것들’을 빌려 연체를 해가며 틈틈히-게으르게 읽고 있다. 가끔 문장이 어려워서 여러 번 읽게 되는 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가벼운 소재와 분량 속에 심오한 주제를 품고 있어 부담 없이 접근하기 좋은 것 같다.
아마 평생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