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어어부, 또는 백현진의 공연을 몇 차례나 봤을까? 단독 밴드로서 가장 많이 본 것이 그들 아닐까 생각된다. 이래저래 단독공연부터 페스티벌에서, 제비다방 등 여러 곳에서 많이도 봤다. 아주 좋아하니까. 그들의 음악은 매우 한국적이라고 생각한다. ‘한’의 정서가 담겨져 있달까. 무언가 ‘서려’있다. 백현진의 단독 앨범 ‘반성의 시간’은 어어부 프로젝트의 음악과는 또 다른 면에서 좋아한다. 가사의 선명함이 그전에 느껴보지 못한 수준이다. 구름 한점없는 가을날의 익어가는 햇살 아래에서 북창동 낡은 길을 걷다가 부조리한 무엇을 만나게 되는 느낌이다. 현실적인 비현실 혹은 비현실적인 현실. 나에게 어어부 프로젝트와 백현진은 그런 이미지이다.
공연 며칠 전 짜라의 최치운씨가 페이스북에 띄운 글을 보고 공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목요일 공연에 같이 갈 사람을 찾는 글이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토요일로 예매를 했다. 전반적으로 공연은 실망스러웠다. 우선 공연장. 메리홀 소극장은 계단식 좌석으로 되어 있어서 관객들이 무대를 내려다보는 형태이다. 이것이 상당히 어색했다.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었지만(세종문화회관이라던가) 어어부라는 밴드에게는 관객과 매우 어색한 형국이 연출되는 것 같다. 호응도 혹은 관객참여라는 측면에서 눈높이가 같거나 혹은 높은 것이 더 잘 어울릴텐데. 음향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좁은 공연장에서 소리가 울리는게 시종일관 거슬렸다. 그들의 음악에서 가사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상당히 높은데 거의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이렇게 공연은 반쪽짜리가 되었다. 이래저래 앨범을 들어보지 못하고 갔는데 음악의 첫 인상도 좀 실망스러웠다. 백현진의 보컬이 계속 우왁스럽고 무리하는 것 같이 보였다. 어쩌면 무대보다 높은 객석 때문에 그렇게 보인걸지도. 기대가 너무 컸나? 실망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의 공연을 다시 한번 다른 무대에서 보고 싶은 생각은 접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