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어찌 되었건 올해는 나에게 자전거의 해이니 만큼. 내가 거쳐간 자전거들을 한 번 정리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취미의 역사 편은 시간순으로 했으니 이번엔 시간 역순으로.
- 지금 주로 타는 자전거는 12년 7월에 산 Felt F75 모델. 첨으로 산 로드 자전거. 요즘엔 로라에 물려놓고 잠깐씩 탄다. 대관령도 오르고 도싸 그룹 라이딩도 가보고 등등
- 4월엔 Dahon Speed D7을 샀다. 왜 다시 자전거 타고 싶다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어쩌면, 바로 옆 탄천을 보다가 생각이 든 걸지도. 이놈도 여기저기 많이 다녀왔다. 인천, 양평, 하트코스 등등 로드타고 나가기 부담스러울 때 가장 적당한 선택이 되어준다.
- 지금 엄마가 타고 있는 자전거도 내가 산거니 내 자전거 맞겠지? 8만원인가 주고 산 싸구려 미니벨로. 시흥에 잠깐 사는 동안 구매했던 것 같은데. 이건 타고 멀리 가본적이 별로 없다. 시흥 쪽하고. 아 어느 겨울엔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다가 맥주가 너무 먹고 싶어져서 이걸 타고 얼어죽네 하면서 편의점까지 갔던 기억이 ㅎ
- 이제 조금 더 올라가면 대학생 때. 합정 살면서 자전거를 두 개 샀었고 모두 도난당했다. 먼저 샀던 건 아메리칸 이글의 유사 MTB. 이걸 한동안 통학 및 마실용으로 잘 타고 다녔다. 추억 하나는 홍대입구역을 지나고 있는데 갑자기 몸이 붕 앞으로 던져졌었다. 아무런 방해물도 없었는데. 크게 안 다쳤서 후딱 일어나 뒤를 보니 택시에서 방금 내린 아가씨가 어머 어머 이러고 있었다. 알고 보니 뒷문이 열리며 자전거 뒤쪽에 걸려서 자전거는 그냥 멈추고 나는 관성에 따라 돌진. 어느 시험 기간에 학교 옆에 세워두었다가 다음날 찾으러 갔더니 없더라.
- 그 뒤로 잠깐 탔던 자전거는 폴딩 미벨이었던 것 같은데. 이것도 재미나게 타고 다니긴 했는데. 한 번은 아수라였나 공중캠프였나, 공연도 보고 술도 먹고 약도 먹고 했는데 자전거 타고 돌아오는 길에 그냥 자전거 위에서 토를 발사시켰었다. 자전거 위에서 토한 처음. 뒤 짐받이에 정여사를 태우고 합정역까지 데려다 준 것도 기억나네 ㅎ
- 고딩때 한창 타던 녀석은 용돈을 열심히 모아서 산 알톤 이었나 유사 므틉. 앞 쇼바가 달린 당시로서는 핫한 아이템 이었다. 항상 시험이 끝나면 이걸 타고 인천 해안도로를 달려 연안부두까지 갔었다. 방학때였나 토요일이던 어느 날이던가 학교엘 타고 갔었다. 역시 당시로서는 패기 돋는 도전! 몇 년간 즐겁게 탔었는데, 우리 동네가 변해 가면서 사람들도 변했는지 안 묶어놔도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던 내 잔차를 어느날 누군가 뽀려갔다 크흑
- 잠깐 어디선가 싸이클을 구해서 탔었다. 죽을뻔한 기억을 나에게 남겨 주었는데.. 업힐 연습이랄까 남동공단에 있는 팔각정 공원이 있는데 종종 거길 가서 안 쉬고 한번에 오르기 이런걸 했었다. 정식 이름은 남동공단 1호 공원 이란다. 성의없는 이름이다. 지금 보면 장난같은 업힐인데 당시로선 한 번에 오르기가 만만치 않았다. 그 날은 첨으로 싸이클을 타고 거길 올라갔는데, 시원하게 다은힐을 하다가…앞에 차량출입 금지용 바리케이드가 있는걸 보고 블레이크를 잡았다. 순간 브레이크선이 모두 끊어졌다. 가차없이 매몰차게 그 가속을 받으며 내려왔는데 어쩌라고. 핼멧 물론 안 쓰고 그대로 가면 바리케이드에 내 온 몸을 날려 장렬히 전사하게 될게 뻔해 보였다. 에라 열여덟 하고 그냥 옆으로 쓰러졌다. 안장이 거의 사타구니에 박힐 뻔했지만 그래도 살아남았다 그 바리케이드 바로 옆에서 간신히? 넘어질 수 있어서 지금 이렇게 추억을 회상하며 블로그도 쓰고 ㅎㅎ 오랜만에 타는 자전거는 항상 정비를 하고 타야겠다.
- 그 전에는 어떤 자전거를 탔을까 정확히 어떤 모델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사고나서 다쳤던 기억과 뻘짓들을 했던 기억 뿐. 한 번은 샌달을 신고 자전거를 타다가 슈퍼맨 자세를 해봤는데 왼발 엄지발가락이 타이어 블록에 걸려서 심하게 부러졌었다. 발가락에서 완전 들려서 ㅎㅎ 집에 와선 그냥 뽑아버렸다. 그 발톱을 몇 년간 보관했었고, 나중에 열어보니 초록색으로 변했었더라. 신기했다. 새 발톱이 자라는 동안 되게 어색했던 기억이 난다.
- 논현동에 있던 한화 사원아파트 올라가는 길 옆에 공터가 있고 그 옆에 꽤나 가파른 언덕이 있었고 그 위에는 테니스장이 있었다. 그 언덕은 친구들 사이에서 뭔가 자신의 용기를 증명하는 곳이랄까. 자전거를 타고 그냥 내려가는 것인데 꽤나 빡셌던 기억이 난다. 고딩때인가 다시 찾아가봤는데 못하겠더라 ㅎㅎ
- 가장 크게 다쳤던건 아마 초딩때 앞브레이크의 성능 테스트를 하다가. 남동공단에 있던 어느 공원이었는데 아마 그 당시 친하게 지내던 원광이랑 같이 뻘짓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운동장에서 미친듯이 가속하고 바로 앞브레이크를 당기면 뒷바퀴가 뜨게 되는데. 잭나이프라고 하던가. 그걸 하다가 자전거랑 굴러버렸다. 핸들에 붙여두었던 바엔드가 내 아구창을 강타해서 왼쪽 위 송곳니가 깨졌다. 나중에 나중에 이 몸이 늙어 직딩이 되었을 때 치과에 갔다가 엑스레이를 보고 의사 선생님이 놀라셨다. 유치가 남아있다고. 보니 신기하더라 반쯤 깨진 송곳니(유치)가 있고 그 위로 영구치가 나오려다가 정지한 모습. -ㅅ- 아마 자전거 바엔드에 맞고 뭔가 잘못된 듯. 어떻게 영구치를 꺼낼 방법은 없어서 유치에 뭘 씌워서 치아를 좀 크게 만들어줬다.
- 아마 그 전에도 자전거를 탔을 것이다. 초딩 저학년 때라던가 유치원 때. 처음 자전거를 탔던 날의 기억은 잘 안난다. 아마 쌀집 자전거 같은 거였겠지.
자전거는 즐겁다. 바람을 가르는 신선한 느낌이, 높은 업힐을 올랐을 때의 성취감이, 걷는것 보다는 빠르지만 차보다는 느리게 지나가는 풍경이. 앞으로도 더 많이 타고 더 멀리 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