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으로 정리한 내 취미의 역사.
- 초딩때는 한동안 방문판매원에게서 부모님이 사주신 백과사전을 읽었다. 몇 시간 동안 쌀자루에 앉아 햇빛 아래에서 백과사전을 보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 역시 초딩때 PC를 만지기 시작했다. 통신도 하고 채팅도 하고 야겜도 하고 그랬더랬다. 취미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 중딩때 부터는 밀덕(밀리터리 덕후)이 되었다. 당시 거의 유일한 밀덕 잡지였던 플래툰도 사보고 통신에서 만난 사람에게 이것저것 직거래도 해보고, 용산에 밀덕샵인 베가테크에도 가고 그랬더랬다. 우울했던 중학생의 사춘기를 밀덕의 힘으로 버텨낸 것 같기도 하다.
- 음악을 선택해 듣기 시작한 것도 중딩때 였던 것 같다. 역시 폭력성 다분한 메가데스 메탈리카 등 메탈 음악이 그 시작이었다.
- 언제였나 중딩 혹은 고딩 또는 그 사이 인라인을 시작했다. 쿨하게 익스트림 스포츠로. 어그레시브!! roces majestic 이었던 것 같은데. 개관한지 얼마 안 된 인천문화예술회관 대리석 벤치에 초칠하고 그라인드 좀 했었더랬다. 어쩌다 본 스케이팅 장면에 뻑 갔었던 것 같다.
- 고딩때는 PC와 밀덕, 음악이 함께 했다. 컴을 잘 했던 것은 중딩때부터 나름 나에게도 도움이 되었다.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잘 쓴다는 얘기가 선생님들 사이에 소문이 나서 이것저것 일도 했었다(이럴수가 노동력 착취잖아). 덕분에 고딩때는 교지편집위원회 라는걸 했었다. 그러나 한글을 잘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야설을 다단에 5포인트로 출력해서 친구들에게 팔아먹기 위한 과정의 부산물이었을 뿐.
- 고 2때 부터였나 또 다른 취미가 추가되었다. 바로 사진. 아버지가 쓰시던 리코 카메라로 이래저래 사진 찍는다고 깝치고 다녔었다. 아마 교지편집위원회에서 만난 친구가 쓰던 니콘 SLR을 보고 그 당시 존재하지 않던 어휘인 뽐뿌를 받았던 것 같다.
- 대학에 와서는 음악에 집중하게 되면서 전공 버리고 ㅋ 열심히 동아리 활동을 ㅋㅋ
- 컴퓨터를 다루는 것은 전공이었으니 이제 더 이상 취미가 아닌게 되어버렸고. 음악 사진 그리고 디자인에 좀 기웃거렸더랬다. 일종의 심화과정이었달까.
- 사진은 군대에 다녀온 뒤로 거의 찍지 않았다. 입대하기 전에 어렴풋이 그런 생각이 들곤 했다. 군대 다녀와서도 이렇게 사진 찍을 수 있을까. 예언의 자기실현인지 혹은 디지털 카메라 이후로 더 이상 사진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없게 된건지 정말 그렇게 되어버렸다.
- 졸업하고 회사에 온 뒤로는 일이 바빠서 인걸까 취미라 할께 잘 안 생기더라.
- 올해 초부터 자전거를 열심히 타고 있다. 자전거는 뭐 초딩때 혹은 그 이전부터 주욱 타 왔어지만, 이렇게 집중해서 타는건 처음인듯.
- 아무튼 취미는 즐겁다.
더 이상 즐거움을 찾을 수 없어서 잃어버린 취미들도 몇 있다. 밀덕은 흥미를 잃은지 오래이고 사진도 그렇다. 음악도 좀 시들해져서 한창때 발견한 음악들 위주로 듣는다.
또 어떤 재미있는게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