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터를 샀습니다.

이 전의 포스트 에서 예고했듯이. 모터사이클-사실 이 이름에 적당한 물건은 아닙니다. 스쿠터를 샀습니다. 고민고민을 거쳐 심사숙고를 하고 이 모델 저 모델 스펙을 비교하고 중고나라의 매물들을 감시하며 보낸 한달 반의 시간..끝에 그날 우연히 본 포스팅의 좋은 평가에 홀딱 반해서 별로 고려하고 있지 않던 모델인 스즈키 버그만 200 이라는 모델을 중고로 입양하게 되었습니다;;

스즈키 버그만 200 ABS 2014 모델
스즈키 버그만 200 ABS 2014 모델

이 모델의 마음에 드는 점은

  • 낮은 시트고 : 750mm 정도로 스쿠터 중에서도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양발 착지로 안정감이 마음에 들어요.
  • 적당한 배기량 : 200cc로 시내주행에 적당한 것 같습니다. 폭발적 가속력 이런건 아니고 적절히 차들을 추월하며 출발할 정도?
  • ABS : 모터사이클은 브레이크를 잡을 때 바퀴에 락이 걸리며 미끄러지기 쉽습니다. 대비를 좀 하고자 ABS가 달린걸로..
  • 넓은 수납 : 스쿠터는 시트 밑에 수납공간이 있습니다. (혹은 트렁크 위에 앉습니다) 버그만 모델은 모델 대부분이 아주 큰 수납용량을 자랑합니다. 41리터 정도 들어가며 헬멧, 자켓, 보호대 등 용품들을 넣어두기 좋습니다.
  • 과격하지 않은 디자인 : 좀 날카롭고 그런 디자인도 잠깐 끌렸었는데…부드러운 디자인이 마음에 듭니다.
  • 하얗…다? : 까만색 보다는 하얀게 눈에 잘 띄겠죠?

지난 금요일(9/11)에 강남구청에 가서 번호판을 받고 퇴근 후 센타에 들러 스쿠터를 타고 집까지 가는게 계획이었는데…비가 오더이다..911의 슬픔을 씻어내는 비였을까요? 꽤나 오더군요.. 타고 가기 겁나더군요. 오늘 샀는데 자빠지면 어쩌지? 다치면 어쩌지? 비는 오고 어둡고 길은 미끄럽고 ㄷㄷㄷㄷㄷ 그래서 깔끔하게 포기하고 스쿠터를 센타에 맡겨놓은 채 전철타고 집에 갔습니다. 뭐 첫 운행을 성공적으로 마쳤을지도 모를 일이긴 하지만..그래봤자 비 다 맞고…거대한 실패 속의 작은 성공 아닐까 싶어서..

그리하여 토요일 아침 상쾌한 날씨, 촉촉한 도로를 만끽하며 일찍 일어나 센타(왜 오토바이는 센타라고 할까요)에 가서 스쿠터를 받고 붕붕붕 타고 집에 왔습니다. 주유도 무려 만원어치나 하고. 모든게 어색하고 불안했지만 나름 즐겁게 바람을 맞으며 안전히 집에 도착했네요.

가장 기본적으로 스쿠터를-나아가서는 모터사이클을 타려는 이유는 ‘실용성’입니다. 혼자 돌아다닐 때의 비용, 교통정체를 어느정도 피할 수 있는 점, 주차문제에서 자유로운 점. 이런 것들..

물론 ‘감성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자유롭다는 점?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면 ‘정해진’ 루트 속에서 선택을 해야 합니다. 혼자라는게 기본적인 교통수단 이라는 것도 한몫 하는 것 같습니다. ‘자유’의 상징이 되었죠. 그런데 ‘상징’을 갖게 되었을 때 그것이 상징하는 ‘무엇’을 얻게 되는 걸까요? 원인과 결과가 조금 헷갈리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모터사이클 타는 사람이라고 하면 뭔가 똘끼있고 터프해 보이죠. 똘끼있고 터프한 사람이 선택하는게 모터사이클인가요 반대로, 그렇게 보이기 위해서 모터사이클을 선택하는 걸까요?

지금까지 한 100km 달렸는데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습니다. 아직 차 사이로 다니는건(white lining이라고 합니다) 불안해서 잘 못하지만요. 차가 아무리 막혀도 한 시간 정도면 집에 오는 것 같네요. 안 막히면 30분. 차를 타면 안 막혔을 때 약간 더 빨리 갈수는 있지만 비용이 크고, 막힐 경우 회사에서 집까지 한 시간 반정도 걸리기도 하죠. 대략 계산하면 비용 대 효익이..그렇게 크진 않은 것 같네요. 역시 시내에서는 BMW가 답인 것 같습니다. 좀 불편하고 해도 말이죠..

그래도 활용성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강남역 쪽에 가려면 전철이나 버스로 40분 가량 걸립니다. 같은 강남구인데 서로 반대쪽 끝이다 보니..스쿠터를 타고 가면 그보다 훨씬 덜 걸릴 것 같습니다. 가장 가까운 도서관이 개포도서관인데 거기 가는데에도 대중교통으로 좀 불편한 부분이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도 되지만 좀 힘들 것 같아서요. 힘 빠져서 뭔가 공부할 기운이 없어진달까. 이런데에도 써먹기 좋을 것 같습니다.

투어나 그런거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모터사이클에 저보다 먼저 입문한 한 친구는 라이딩의 꽃은 투어 라고 하던데.. 아직 그룹 라이딩 하기엔 불안하기도 하구요.

위험한 것도 모르고 어릴 적 시티백(배달 오토바이)을 무면허에 헬멧도 안 쓰고(당시에 그런게 있기나 했을지..) 마구잡이로 탔을 때와는 아주 다른 느낌입니다. 헬멧을 쓰니 갑갑한 것도 있고..편하거나 시원한 느낌은 덜 하네요. 그땐 정말 시원하게 탔었는데..

아무튼 저에게는 실용적인 개인용 이동수단일 뿐입니다. 매번 오를 때 마다 안전을 기원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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