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4번째, 2023년부터 매년 6월 이시가키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 오키나와 여행을 준비하며 구글 지도를 휙휙 돌려보다가 가볼 만한 곳으로 찾았던 게 처음이었다. 한눈에 반해버렸고 그 뒤로 계속 가고 있다. 번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한적함과 여유, 무엇보다도 찬란한 바다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2026년 여행 정리
- 일정 : 2026-06-13(토) ~ 2026-06-20(토)
- 항공 : 진에어 직항편
- 렌터카 : Nissan Note e-Power
- 숙소 : 스카이 쿠쿠레
방문한 곳
- 요네하라 해변 : 이시가키를 가는 주된 이유는 이곳에서 스노클링을 즐기기 위해서다. 이전에도 여러번 갔었고 이번 여행에서는 3번 방문해서 바다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엔 만조 시간에 맞춰 처음으로 바깥 리프까지 가봤다. 해변 쪽도 스노클링을 즐기기에 좋다. 하지만 바깥쪽은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바깥 리프에 다가가면 여기저기 크래바스 같이 파여있는 산호 구역이 펼쳐진다. 이곳은 역동적인 입체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리프 끝까지 다다르면 절벽처럼 뚝 떨어지는 구역이 나오고 깊은 바다가 펼쳐지며 개방감이 느껴진다. 물고기 종류도 바뀌어서 바깥 쪽에는 큰 물고기도 많이 보인다.
- 블루케이브 : 요네하라 옆에 있는 해안 동굴, 스노클링 투어로 들렀다. 바닷속에 널려있는 해삼을 보고 꽤 놀랐다. 해변까지 가는 길이 길진 않지만 경사도 있고 미끄러운 곳도 많아 좀 힘들었지만 한 번쯤 들러볼 가치는 있다. 동굴(해식 동굴이라고 하나?) 부분도 나름 풍경이 좋았다. 다만 썰물 때에 가서 돌아다니기 조금 불편했다. 바다에서 나올 시간에는 물이 더 많이 빠져서 먼 거리를 걸어야 했다.
- 시라호 : 꽤 유명한 스노클링 포인트로 산호가 잘 보전되어 있다. 크고 다양한 산호 그리고 여러 종류의 물고기, 조개, 말미잘 등 해양 생물을 볼 수 있다. 보호구역이라 해안에서의 입수는 금지되어 있어 보트 투어로 참가했다. 거북이도 자주 오는 곳이라 꽤 많이 만났다. 이곳의 거북이는 사람을 경계한다고 한다. 그래서 보트가 오면 피하는데 그 속도가 엄청났다. 그 거대한 몸집이 마치 새처럼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 이시가키 야이마무라(민속촌) : 관광지로 꽤 유명한 곳인데 이번에 처음 가봤다. 전통적인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집들이 남아있다. 그외에는 다람쥐 원숭이를 만나볼 수 있고 망그로브 숲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회고
이번 여행에서 남길 부분을 정리해본다.
- 날씨 : 토요일~화요일은 흐리고 가끔 약한 비가 오는 날씨였다. 화요일 저녁엔 멀리서 천둥번개가 쳤다. 수요일부터 개기 시작해서 목요일 부터는 전형적인 여름 날씨가 찾아왔다 맑고 강한 햇살, 높은 구름, 맑은 공기, 반짝이는 에메랄드 빛 바다.
- 물때 : 우리가 갔을 때는 조수 차이가 2m 정도로 비교적 큰 편이었다. 2m가 수치상으로는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해안에서 물놀이를 한다면 엄청난 차이가 된다. 물이 모두 빠져나간 바다는 풍경도 그리 예쁘지 않고 물에 들어가 놀기도 어렵다. 산호와 해초는 물 속에서는 아름답지만 물 밖에서는 장애물이 되어버린다. 반대로 밀물 때나 만조에 가면 바다를 실컷 즐길 수 있다.
- 하리 축제 : 저녁을 먹고 산책겸 뷰포인트인 서던 게이트 브릿지에 갔다가 사람들이 호령을 넣어가며 노를 젓고 있는 걸 봤다. 뭔가 해서 찾아보니 동네의 전통 축제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바로 다음날이 축제 당일. 오전에 요네하라 만조에 맞춰 스노클링을 신나게 하고 돌아와서 축제 구경을 갔다. 땡볕에서 보느라 힘들었지만 꽤나 감동적인 경험이었다. 참가자들의 기합소리와 응원하는 소리, 북 두드리는 소리, 땡볕에 힘들어하면서도 열심히 응원을 하는 아이의 모습 등이 풍경과 어우러져 뭔가 뭉클하게 했다. 일본은 보면 이렇게 동네 축제가 꽤 활성화되어 있다. 사람들과의 교류도 생기고 공동체라는 것을 직접 피부로 느끼게 하는 등 장점이 많을 것 같다.
- 한국에 대한 현지인의 관심 : 크게 3번 정도 현지인(라멘집 사장님, 기념품 상점 점원, 투어 사장님과 부인)의 한국에 대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는 보통 칸도라(한국 드라마) 얘기, 딸이 K-POP을 너무 좋아한다는 얘기 등 문화 관련된 부분이 많았다.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많이 있었다. 진에어 직항이 처음 생겼을 때는
아 그거 우리들(섬 주민들)이 한국 놀러 가라고 만든 거 아니었어?라는 얘길 하시는 분도 있었다. 농담이었겠지? ㅋㅋ 관광지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이런 소소한 부분이 호의로 느껴져서 좋다. 하지만 막상 나는 우리나라 드라마도 안 보고 케이팝도 듣지 않아서 할 얘기가 없다.. - 멀리 있는 섬도 가볼까? : 이시가키 섬 주변에는 다른 섬들도 많이 있다. 몇몇 섬은 잠깐 투어로 가봤지만 며칠 동안 지냈던 적은 없다. 숙소 일정도 그렇고 오랜 시간 배를 타는 것도 부담되고 해서 선뜻 가기가 힘들다. 중간에 같이 여행을 갔던 친구의 귀국 배웅차 공항에 다시 들를 일이 있었다. 하필 슬슬 날씨가 좋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의 요나구니 섬이나 다라마 섬 등에 가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번거로운 그늘막과 무용지물 손풍기 : 워낙 햇살이 강력해서 해변에 갈 때 쓰려고 그늘막을 몇 번 챙겨갔었다. 이번에도 가져갔다. 경량이라지만 2kg에 달한다. 하지만 번거로워서 단 한번도 쓰지 않고 돌아왔다. 손풍기도 큰 걸 가져갔지만 밖에선 틀어봤자 드라이어 같은 뜨거운 바람만 나온다. 앞으로는 안 가져가련다.
- 렌터카 회사의 이사, 시간 버퍼 : 이상한 인연(?)으로 닛산의 노트 차량만 4년 넘게 이용하고 있다. 매번 가던 곳이라 아무 생각없이 영업소에 갔는데 사라졌다. 급당황.. 다행히 다른 렌터카 회사 직원분이 그쪽에 연락을 해줘서 픽업을 왔다. 알고보니 근처로 이사를 간 것이었다. 예약시 미리 고지를 해줬으면 좋았겠지만 나도 확인을 했어야 하는 부분 아닌가 싶다. 렌터카 회사 찾아가느라 늦어진 부분도 있지만 인수와 반납에 어느정도 버퍼를 두기 때문에 빌리는 시간을 앞 뒤로 한 시간씩 줄여도 될것 같다. 12시/12시 대신 13시/11시로.. 뭐 비용에 큰 차이는 없겠지만.
Tips
이시가키와 그 바다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팁을 정리해봤다.
- 변수 1. 날씨 : 섬 날씨는 기본적으로 불확실한 것 같다. 예보상으로는 비가 온다고 되어 있지만 흐리기만 할 때가 있고 반대로 스콜처럼 소나기가 지나가기도 한다. 섬의 이쪽은 맑은데 저쪽은 흐린 경우도 많다. 예보를 보며 여행 동안 비만 오면 어쩌지 하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날씨는 운에 맡기고 예보는 참고 정도만 하면 된다.
- 변수 2. 물때 : 물때는 거의 예측된다. 따라서 가기 전에 조석 예보 사이트(tide-forecast와 같은)를 확인하면 된다. 가는 날짜를 조정할 수 있다면 만조 시간이 낮에 걸치도록 하는 게 좋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여행정보 사이트에서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스노클링을 위한 최적의 타이밍은 밀물~만조 때라고 한다. 자연의 사이클에 맞춰야 한다.
- 변수 3. 시기 : 현지인의 추천으로는 10월이 베스트라고 한다. 그 시기에는 태풍도 없고 그렇게 덥지도 않다고 한다. 그리고 11월 첫 주에는 축제도 크게 열린다고 한다. 일주일 정도 언제든 쉴 수 있다면 10월 마지막 주와 11월 첫 주 시기에 가보고 싶다. 하는 일 때문에 이때 가지 못하는 게 아쉽다. 내가 주로 가는 6월 초~중순은 장마나 태풍을 만날 위험이 살짝 있긴 하다. 안 그래도 이 글을 쓰며 확인해보니 태풍이 하나 지나가고 있다..;;
그림 같은 바다를 보는 건 운에 달려있다. 햇빛이 강할수록 좋고 물이 차 있어야 좋다. 둘이 맞아야 100%의 풍경을 볼 수 있다. 대신 준비해야 할 것이 꽤 많다.
장비
일단은 햇살을 피할 아이템이 많이 필요하다. 이시가키의 여름 햇살은 강력 강력 강력하다. 기본적으로 위도가 24도로 북회귀선에서 가까우므로 여름엔 햇살이 머리 위에서 직격으로 꽂힌다. 게다가 미세먼지도 없기 때문에 공기가 너무 깨끗해 햇살을 그대로 통과시킨다. 그리고 해변과 바다에는 숨을 곳도 없다. 이런저런 영향으로 체감상 햇빛이 우리나라보다 2배 정도 강한 것 같다. 일기 사이트를 봐도 UV Index가 11 이상(위험??)으로 나올 때가 많다. 이것저것 바르고 가리고 하지만 매년 샌들 자국이 발에 남고 얼굴, 목, 팔 등이 타서 온다.
- 선크림(산호 보호, 야외 활동 등 다양하게..), 선글라스, 모자, 양산, 래시가드, UV 차단 기능 있는 얇은 재킷 등등
- 물놀이를 한다면 래시가드 : 가능하면 다 가리는 게 좋다. 강한 햇살에 10분만 노출되어도 탈 수 있다. 이번에도 공항에서 허벅지와 다리, 목, 얼굴가 벌겋게 구워진 사람들을 많이 봤다.
- 스노클(다이빙) 장갑과 양말(버선?) 또는 아쿠아 슈즈 : 가능하면 있는 게 좋다. 은근 날카로운 곳들도 많이 있고 해변에서 맨발로 다니면 꽤 아프다. 그리고 손과 발이 햇볕에 타는 것도 방지해준다.
- 여기에 좀 더 추가한다면 역시 볕을 가리기 위한 다이빙 모자, 목을 가리는 마스크나 모자 등등..
나는 햇살을 즐기는 편이긴 한데 그래도 가끔 하늘에 대고 ‘아 고만 좀 해’ 라고 소리치고 싶어진다.
참고할 만한 사이트
아직 우리나라에는 정보가 많이 없어서 현지인들이 정보를 올리는 곳이 유용하다.
https://churamichi.com/ko/ 한국어 버전도 있고 정보가 알차다.
https://okinawa-labo.com/ko/ 오키나와, 이시가키, 미야코 등 정보가 많다.
https://www.car489.info/ishigaki/guide/ 렌터카 사이트지만 관광 정보도 꽤 잘 정리되어 있음.
마치며
이 섬은 내게 꽤 각별한 곳이다. 일을 하며 매일 쫓기듯 살았었다. 뭔가 계속 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에 주말에도 노트북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여유와 공백을 견디지 못하는 일종의 일중독이었다. 그러다 여기서 쉰다는 걸 발견했다.
탁 트인 시야에 펼쳐진 들판을 보고, 저 멀리 에메랄드 빛 바다도 눈에 담아보고,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도 보고 있으면 마음도 그렇게 트이는 것 같다.
잔잔한 파도 소리, 바닷물이 모래사장을 빠져나가며 내는 탄산음료 같은 청량한 소리를 듣고
한낮의 태양에 달궈지다가 바다에 들어갔을 때 느껴지는 상쾌함과
그 안에 살고 있는 요상하고 귀여운 물고기 구경에 정신을 팔려 시간을 보내는 것도
건강한 섬의 아이들을 보고, 현지인들의 친절함을 느끼는 것도.
이런 시간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감각을 조금 되찾게 해줬다. 무엇을 놓치지 않으려고 그렇게 힘을 주고 살았는지도 모른 채 꽉 쥐고 있던 손을, 이곳에서는 조금은 편하게 펼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