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하라 마리, 차이와 사이를 읽고

미식견문록 이후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계속 읽고 있다. 대담집인 언어 감각 기르기는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었다. 나는 대담집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꽤 재미있게 읽었다. 2026년 현재 품절 상태인 이 책, 차이와 사이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할 수 있었다. 저작물이 꽤 많은데 번역판은 현재 전자책으로 그것도 일부만 구할 수 있는 상태라 아쉽다.

이 책은 강연을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인생 후반기, 그것도 암으로 투병 중인 상황에서 있었던 강연인 것 같다(해설에 따르면).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되어 왠지 더 간절하게 들리는 것 같다. 그렇다고 무거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벼우면서도 깊이가 있다. 저자의 특징과도 같은 호기심과 지적 욕구, 폭넓은 지식을 담고 있으면서 중간중간 엉뚱 기발한 상상력으로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준다.

책의 첫 장인 사랑의 법칙은 여성 관점에서 두 성의 차이에 대해 말한다. 그 중 암컷이 본류, 남자는 샘플이다 부분이 압권이었다. 두 성 역할의 차이를 아주 신선한 관점에서 설명한다. 맞고 틀리고와 관계없이 아주 흥미로운 생각이었다. 여기서도 저자가 가진 호기심과 다방면의 지식이 잘 드러난다. 꽤나 도발적인 주장이고 좀 왜곡된 부분도 눈에 띄지만, 저자의 말에 설득되어 버린다.

저자의 원래 직업인 통역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이해와 오해 사이, 통역과 번역의 차이)도 소통, 언어와 관련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의 생각들과 함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소개되어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나는 개발자라는 직업이 통역(번역)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뿐만이 아니고 예전에도 프로그래밍, SW 개발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언어를 다루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개발자 직업의 본질이라는 관점은 예전에도 지금도 유효하다. 내가 가진 이런 생각을 저자의 글을 통해 비춰볼 수 있었다.

공격적이고 입체적인 독서 부분은 어린 시절 체코의 학교에서 하던 독서 교육 방식을 소개한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반납할 때 사서 선생님에게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발표해야 하고, 국어 수업 시간에 책을 읽게 할 때는 그냥 글자를 소리내 읽는 게 아니고 읽은 내용에 본인의 생각을 더해 발표하게 했다고 한다. 글짓기 또한 정해진 주제와 관련된 여러 책의 관련된 부분을 미리 읽도록 하는 등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수업 방식에 신선함과 부러움을 느꼈다. 아마도 이 방식이 독서를 더 풍성하게 하고 생각하는 훈련도 더 잘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교육 방식과 독서 습관이 요네하라 마리를 만든 것이 아닐까? 요즘 들어 책을 많이 읽고 있는데 나도 따라 해봐야겠다.

마지막 장은 사회비판적인 지식인으로서의 면모가 잘 드러난다. 어찌 보면 중간에 걸친 사람(통역이라는 직업, 유년기의 경험)으로서 모국인 일본에 대해 거리를 둔 시선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저자는 본인이 “애국자” 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애국자이기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글에서 다루는 것은 일본 이야기지만 우리나라에도 부합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 그리고 평소 내가 알고 있던 일본의 모습이 아닌 것도 있어 그런가 싶은 부분도 조금 있었다.

요네하라 마리라는 사람은 소녀 감성이랄까?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을 어른이 되어서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나와 결이 잘 맞는다. 구하기 쉽지 않지만 남은 책들도 재미있게 읽어봐야겠다.

유튜브 시대의 단절

언어 감각 기르기를 읽다가 대담하는 모습이 어땠는지 궁금해져 유튜브를 찾아봤다. 아무것도 안 나온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일본어로 바꿔서 찾아봐도 역시 아무것도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강연의 모습이 어땠을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역시 찾을 수 없었다. 요새라면 분명 녹화했을 것이고 어딘가에 영상으로 올라와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영상이 주류 매체가 된 현재 시점에, 그 이전의 일들은 영상으로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종의 단절이 생긴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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